글로벌 자본시장 IT의 최근 현황 및 시사점

2017.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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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의 자본시장 IT 혁신 방향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자본시장 IT의 발전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오래된 화두인 레이턴시latency 경쟁부터 최근 관심이 고조되는 오픈소스 투자 현황, 그 외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동향을 살펴본다.

 

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한국경제DB

 

1992년 미국 CME그룹이 글로벌 거래소 중 최초로 공개발성호가open outcry 방식 대신 전자거래 플랫폼electronic trading platform 방식을 채택하면서 자본시장 IT는 빠르게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 정보기술IT의 발달과 대체 거래소Alternative Trading System, ATS의 등장으로 전자거래 플랫폼 간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글로벌 거래소들은 앞 다투어 매매 체결 시스템의 주문 처리 속도를 낮추고 주문 처리 용량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낮은 주문 처리 속도와 함께 대용량 주문을 처리하는 것이 자본시장 IT의 목표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자본시장 IT의 노력에 힘입어 마이크로 초micro second 단위의 낮은 응답 지연 속도와 함께 초당 수만 건의 주문 처리가 가능해졌다. 자연히 이를 이용한 알고리즘 기반의 고빈도 거래High Frequent Trading, HFT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2010년 5월 6일 미국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태 이후 HFT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며 낮은 응답 지연 속도를 위한 경쟁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당시 다우존스 지수는 10분간 1000포인트가량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맞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공동 조사 결과, 상장지수펀드ETF 차익 거래를 수행한 HFT 거래자들이 유동성 공급을 멈추면서 주가지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5월에도 HFT의 영향으로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됐으며, 2013년 4월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거래 중단 사건도 HFT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HFT와 관련한 부정적 사건들이 반복되며 미국과 유럽의 감독당국은 HFT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알고리즘 거래자가 SEC 또는 CFTC에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유럽도 2018년 MiFIDⅡ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Ⅱ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고빈도 거래자들이 감독당국에 반드시 사전 등록하고, 주요 알고리즘의 보고 및 오작동에 대한 대응 방안 준비를 의무화했다. 최근 미국 SEC가 MiFIDⅡ 시행에 맞춰 추가 규제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낮은 응답 지연 속도를 목표로 했던 자본시장 IT 수요는 다소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컨퍼런스에서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디지털 기술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필두로 플랫폼 혁신

로 레이턴시low latency의 혁신이 다소 늦어진 대신, 글로벌 자본시장 IT는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자본시장에서 플랫폼 혁신이 시작됐으며, 인공지능 기술AI을 활용한 콘텐츠 혁신도 활발하다. 또한 전자거래 플랫폼의 적용 범위가 장내시장에서 장외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핀테크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 증가율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은행업보다 자본시장 분야에서 신규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CB인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소매 지급결제, 상점 인수금융 등 은행업과 연계된 간접 금융 투자는 성장률이 낮다. 반면 자산관리, 트레이딩, ECM, DCM 등 자본시장과 연계된 직접 금융 투자는 성장률이 매우 높다.

먼저 글로벌 자본시장 IT 환경은 블록체인 기술을 필두로 플랫폼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한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여주며 이를 대조해 거래의 위변조를 막는 원천기술로, 분산원장이라고도 불린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원장관리 기술보다 효율성, 보안성, 안정성, 투명성, 확장성이 우수해 금융IT 전반에 혁신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전자화폐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트코인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응용 사례다. 이후 송금, 기관 간 지급결제, 등기, 경매,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무엇보다 자본시장 IT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미국 나스닥 그룹이 2015년 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장외주식 발행·거래 플랫폼인 링크Linq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장외증권을 거래하는 경우,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를 반드시 동행해야 하며, 최종 결제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링크 플랫폼에서는 거래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청산, 결제, 예탁에 걸리는 시간을 10분 내외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콘텐츠 혁신

다음으로 자본시장에서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콘텐츠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스마트 리서치 분석 등이 인공지능 기반의 콘텐츠 혁신을 대표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로 하면서 온라인으로 금융 자문을 받거나 포트폴리오 자산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최소 가입 금액이 낮고, 수수료 또한 매우 저렴하다. 그뿐 아니라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고 위험 조정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영국뿐 아니라 홍콩, 일본 등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와 함께 스마트 리서치 분석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켄쇼Kenshou는 인공지능 기술 중에서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금융시장의 리서치 분석을 수행하고, 강화된 학습을 통해 시장 상황에 맞는 최적의 투자 판단을 제시해준다. 예를 들어 특정 키워드 단어를 입력하면 해당 단어가 뉴스로 등장했던 시점들의 수익률과 위험 패턴을 분석하고, 해당 뉴스가 나오는 시점과 함께 최적 투자 판단을 알려준다. 증권사의 리서치 분석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이다. 취합 가능한 과거의 모든 정보를 사용해 계량화된 기법으로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강화된 학습을 한다. 이 때문에 사람이 수행하는 리서치 분석보다 소요 시간은 현저히 단축되고 분석 능력 또한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외시장으로 확대되는 전자거래 플랫폼

전자거래 플랫폼의 적용 범위는 장내시장에서 장외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선 증권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장외파생상품 시장에서 전자거래 플랫폼의 사용이 활발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 유럽의 유럽시장인프라규제EMIR 등이 시행됨에 따라 장외파생상품 거래 시 중앙청산소CCP, 거래정보저장소TR 사용 의무화와 함께 전자거래 플랫폼 사용이 의무화됐다.

글로벌 선진 거래소들은 장외파생상품 중개 회사의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전자거래 플랫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ICE그룹은 2015년 장외 전자거래 플랫폼 회사로 유명한 트레이포트를 인수했으며, 도이치증권거래소그룹도 2015년 말 외환 전자거래 플랫폼 회사로 유명한 360T를 인수했다.

장외파생상품 시장뿐 아니라 장외주식, 장외채권 분야도 전자거래 플랫폼 사용이 활발하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대규모 자본조달을 통한 설비투자 수요는 줄고 있다. 그 대신 소액 자본으로 지식 서비스 기반의 투자 수요가 늘면서 크라우드 펀딩, 벤처 지분 거래 등 장외주식거래의 수요가 늘고 있다. 2015년 말 나스닥그룹이 미국 최대 비공개주식 유통 플랫폼 중 하나인 세컨드마켓을 인수해 거래 활성화를 도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본시장 IT는 로 레이턴시 혁신에서 플랫폼 혁신과 콘텐츠 혁신으로 바뀌고 있다. HFT에 대한 규제 환경 변화로 주문처리 속도를 낮추고 주문처리 용량을 확대하려는 IT 수요는 줄고 있다. 그 대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플랫폼 혁신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혁신이 자본시장 전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자본시장 IT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혁신의 트렌드에 맞추어 장외주식 및 장외파생상품 거래, 기관 간 지급결제, 예탁, 전자투표 등 자본시장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플랫폼 혁신과 함께 콘텐츠 혁신에 대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정보 분석, 사물인터넷의 크라우드 정보 기록, 지적재산권 거래 시장, 온라인 투자자 교육 등도 콘텐츠 혁신의 기대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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